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펨토초 레이저, 애토초, 우주 물리학

물리학자 송병두 2025. 5. 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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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움직임은 결국 시간의 흐름 속에 숨어 있습니다. 나뭇잎의 떨림, 물방울의 튐, 심지어 분자의 결합까지도, 아주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계는 너무 느립니다. 분자 하나가 반응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얼마나 될지 상상해보면 1초의 1조 분의 1. 그것이 바로 1펨토초입니다.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이 짧은 순간을 붙잡기 위해, 물리학은 펨토초 레이저와 같은 마법 같은 도구를 만들어냈습니다.

펨토초 레이저
펨토초 레이저

펨토초 레이저

펨토초 레이저는 말 그대로, 1펨토초 단위의 짧은 레이저 펄스를 만들어내는 장치입니다. 이 짧은 빛의 펄스는 마치 시간의 면도날처럼, 연속적인 사건 속에서 아주 짧은 한 컷을 잘라내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초고속 카메라가 총알이 사과를 관통하는 순간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듯, 이 레이저는 분자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찰나의 스냅샷으로 포착합니다. 그 원리는 모드 잠금이라는 기술에 기반합니다. 다양한 진동수를 가진 빛들이 정해진 위상으로 조화를 이루며 레이저 캐비티 안을 공명하게 되면, 그 결과 시간적으로 매우 짧은 펄스가 생성됩니다. 그 펄스 하나하나가 우리가 시간의 미세한 구조를 해부하는 데 필요한 칼날이 되는 것입니다.

 

왜 이런 짧은 시간 측정이 필요한지 물리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물질이 변화하는 순간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전자가 원자 껍질을 넘는 순간, 분자가 화학 반응을 시작하는 찰나, 고체 내부에서 전하가 흘러가는 초기 반응 같은 이 모든 것은 펨토초보다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초고속 분광학입니다. 펨토초 레이저로 아주 짧은 펄스를 쏜 뒤, 그 반응을 시간 단위로 나누어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실험은 일반적으로 펄스를 두 번 쏘아 비교합니다. 첫 번째 펄스는 시스템에 변화를 주는 펌프 역할을 하고, 두 번째 펄스는 일정 시간 후 그 결과를 탐색하는 프로브 역할을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들의 무도회, 분자 간의 숨가쁜 손잡기, 고체 속 양자의 파동 등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시간의 미시적 춤이 드러납니다.

아흐메드 즈웨일과 펨토화학

1999년, 이집트 출신의 과학자 아흐메드 즈웨일은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화학 반응의 찰나를 관찰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습니다. 그는 화학 반응이 어떻게 시작되는가에 대한 오랜 물리학적 질문에 시간의 현미경을 들이댔습니다. 분자가 에너지를 받아 결합을 시작하고, 전자 구름이 요동치며 새로운 결합이 형성되는 그 과정을, 그는 마침내 펨토초 단위로 보는 데 성공을 했습니다. 이는화학을 넘어선 물리학이 시간 그 자체를 실험실로 불러낸 사건이었습니다. 토초 레이저는 원래 분자와 원자 수준에서의 초고속 현상 관측을 위해 개발되었지만, 그 정밀성과 시간 해상도 덕분에 우주 물리학과도 몇 가지 방식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우주 실험보다는, 우주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간접 실험이나 모사 환경 구축에서 중요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펨토초 레이저와 우주 물리학의 연결

우주의 베일을 걷어내기 위해 우리는 끝없는 상상력과 도구를 동원합니다. 그중에서도 펨토초 레이저는 마치 시간의 결을 쪼개는 정밀한 조각칼과도 같습니다. 단 10⁻¹⁵초, 즉 1펨토초라는 찰나의 순간은 전자 하나가 궤도를 바꾸고, 원자가 구조를 바꾸는 경계선입니다. 그렇게 짧은 시간의 문을 연다는 것은, 마치 우주의 심장박동을 실험실에서 엿보는 일이나 다름 없습니다. 우리가 마주한 우주의 많은 현상들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격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이러한 펨토초 기술이 우주 물리학과 만났습니다. 예를 들어 초신성이 폭발하며 별의 외피를 날려 보내는 장면이나, 블랙홀이 강착 원반을 집어삼키며 중력파를 일으키는 순간들에 대한 이 모든 장면은 시간의 해상도를 높이지 않고선 결코 포착할 수 없습니다.

 

바로 여기서 펨토초 레이저의 진가가 발휘됩니다. 극한 환경 모사 실험에서는 펨토초 펄스를 이용해 물질을 고에너지 상태로 밀어 올립니다. 펄스가 물질 표면에 닿는 순간, 전자들이 순식간에 이탈하며 고온의 플라즈마가 만들어집니다. 이 플라즈마는 블랙홀 주변이나 별의 중심에서 관측되는 극단적 조건을 지상에서 실험할 수 있는 유일한 창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 레이저는 순식간에 엄청난 전기장과 자기장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초기 우주, 즉 빅뱅 이후 수십 펨토초 내에 벌어진 입자 간 상호작용을 지구 위에서 재현하는 일, 그것도 펨토초 해상도로 나타내는 것은 이제는 공상 과학이 아닌 실험 과학의 현실입니다.

 

이 기술은 쿼크-글루온 플라즈마 연구에도 응용되고 있습니다. 중이온 충돌 실험에서 형성되는 이 원초적 수프는 빅뱅 직후 우주의 상태를 반영합니다. 하지만 그 생성과 소멸은 너무나 짧은 시간에 일어나, 기존 장비로는 충분한 정보를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펨토초 레이저를 결합하면, 충돌 직후의 온도, 밀도, 입자 배열의 극미한 변화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우주의 기원을 잠깐 엿보는 일처럼 짜릿한 일이기도 합니다. 한편, 천체 물리학자들이 스펙트럼을 해석할 때 겪는 한계도 펨토초 기술로 넘어설 수 있습니다. 광자와 물질 간 상호작용을 이 극단적 시간 척도로 분석하면, 우리가 멀리 떨어진 별에서 받는 스펙트럼 왜곡의 원인을 실험실에서 정밀히 재현할 수 있죠. 이는 곧, 별과 은하의 화학 조성에 대한 분석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우주의 물질 분포를 해석하는 열쇠가 됩니다.

 

더 나아가, 외계 행성 탐색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펨토초 기반의 광주기적 옵티컬 클락 기술은 고해상도 분광기를 통해 행성 대기의 분자 진동 하나까지 포착할 수 있게 합니다. 이것은 생명의 흔적을 찾는 일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우주 생물학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혁신이 됩니다. 요컨대, 펨토초 레이저는 화학 반응 속도 측정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 빛은 이제 우주의 어둠 속으로 뻗어가며, 별의 출생과 죽음을, 입자의 춤과 광자의 울림을 우리 앞에 펼쳐 보여줍니다.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본다는 것, 얼마나 짧은 시간을 관측할 수 있느냐가 곧 얼마나 멀리, 깊이, 그리고 정밀하게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가를 결정짓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우주 물리학은 이제 화학과도 접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펨토초 레이저는 아스트로-케미스트리 영역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먼지 구름 속에서 분자가 형성되고 분해되는 초고속 과정을 실험실에서 시뮬레이션하면, 별의 탄생이나 유기 분자의 우주적 기원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애토초

재미있는 건, 펨토초보다 더 짧은 시간 단위가 있습니다. 바로 애토초(10⁻¹⁸초)입니다. 최근에는 이 애토초 펄스를 생성하고 활용하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전자 한 개가 궤도를 바꾸는 순간조차도 포착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고속 관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양자역학의 실시간 해석, 초고속 전자 소자의 설계, 광학 기반 양자정보처리 등 차세대 기술의 물리학적 기반을 여는 열쇠로도 기능합니다. 더 나아가, 극초단 레이저를 활용한 X선 펄스 기술은 재료 내부의 구조 분석과 생체 분자의 역동적 움직임까지 분석 가능한 수준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은 모두 물리학의 실험 영역을 넓히며, 이론을 넘어서 세계의 실체를 만지게 해주는 통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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